민영준 (주)창성농기계 회장의 연구 인생

산청시대 2019-12-05 (목) 18:24 4년전 2480

“국민 안전 먹거리 생산의 기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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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올리면 산골짜기 집과 고생한 것 밖에 생각이 남는 게 없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는 너무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서너 번은 고향을 찾지만, 돈주고 거기서 살아라해도 솔직히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민영준(73) (주)창성농기계 회장은 고향에 대한 소회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리게 한다.
민 회장은 생초면 월곡리 압수마을에서 태어났다. 압수마을은 생초면과 오부면을 잇는 작은 샛길에 위치에 있다. 교통편은 고사하고 겨울이면 골 바람이 몰아치는 그만큼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곳이다.
민 회장은 어린 시절 10여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생초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상경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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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성농기계 공장 앞에서 

가정 형편 어려워 초등학교 4학년 때 상경

“서울에 처음 와서 외갓집 신세를 지면서 학교를 다녔지요. 이후 맹호부대에 입대하고 월남 파병을 지원했습니다. 19개월가량 월남 근무한 뒤 제대하고 72년 포장박스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금천구 시흥동에서 76년에 박스 제조 공장을 설립했는데 이것이 창성포장입니다.”
민 회장은 창성포장을 설립할 당시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포장박스 수요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매출도 증가일로에 있었다.
‘창성’은 민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 어릴 때 한문 공부를 했던 민 회장은 회사가 번창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성’이라 이름 지었다고 했다.

‘호사다마’, 하지만 민 회장은 90년대 들어 건강이 크게 악화돼 사업을 이어가지 못할 위기에 처해졌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당신은 돈을 더 벌고 죽을 것이냐, 아니면 모든 걸 내려놓고 심심산골로 가서 삶을 연명할 것이냐, 선택하라’ 해서 종업원 20여명에게 사업장을 나눠주고 시골로 이주해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건강 회복 위한 농사가 2모작 인생 전기

95년 강원도에 정착한 민 회장은 농사를 짓다가 호미와 괭이질이 너무 힘이 들자 이를 기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2모작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사업체 경영에서 찾아온 건강 악화가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친구들이 엔지니어가 많아 자문을 구하고 해서 조금씩 도움을 받아 그동안 벌어놓은 자금을 밑천삼아 시골 내려온 지 2년만에 슈퍼자동제초기를 개발했어요. 그리고 99년도에 다시 ‘(주)창성농기계’라는 사업체를 등록했지요. 처음에는 매출이 적고 연구비가 많이 들어갔지만, 이제는 회사가 제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예초기 부착형 슈퍼자동제초기 발명

민영준 회장은 현재 농업에 있어 김을 매고 고랑을 파는 등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을 기계화하는 데 25여 년째 연구하고 있다.
민 회장이 개발한 농기계는 친환경 슈퍼자동제초기와 텃밭관리기, 딸기고설재배기, 적심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슈퍼자동제초기는 특허까지 받아 놓고 있다.
생산 공장은 올해 3월 경기도 양평에서 부지면적 1만2천여㎡의 충남 당진시로 옮겼다.

“우리나라 자동차도 처음부터 그랜저가 개발되지는 않았지요, 포니에서부터 시작 했듯이 창성농기계 창업 당시만 해도 농기계에 대한 상식이 크게 없었어요. 중소기업대학원 다니면서 교수들이 ‘농촌지역에 방치된 농기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해서 예초기가 농가마다 있으니까 이를 활용해 자동으로 서서 힘도 안들이고 괭이처럼 파는 기능도 첨가한 수퍼자동예초기를 개발하고 점차 연구 폭을 늘렸습니다. 내년에는 시동을 자동으로 하는 예초기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충남 당진 면적 1만2천여㎡ 공장 이전

창성농기계에서 생산되는 농기계는 양파 재배 시 비닐 덮는 기능을 인정받아 해마다 전남 신안군에 1천여대를 판매하고 있다. 산청에는 딸기고설재배기가 3~4대 판매됐다. 진주시 수곡농협은 딸기고설재배기 10대를 구매해 딸기재배농가에 보급했다고 했다.
“아토피 원인 중에 하나가 제초제라고 합니다.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국내 굴지 업체 회장께서 공장을 방문해 ‘슈퍼자동제초기가 유기농 생산의 뿌리가 돼 국민 건강에 기여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셔서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월남 참전 당시 고엽제 때문에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농산물 재배에 제초제 사용이 줄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대손손 종사원들 삶의 터전 됐으면”

민영준 회장은 회사에서 ‘근면성실’을 강조한다. “남을 속이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쓴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라. 시원찮게 만들어서 네가 가져가서 며칠이나 써겠냐”고 직원들에게 항상 주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이 대대손손 존속되면서 내 밑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민 회장은 “앞으로도 농업 관련 농기계 연구에 매진해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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