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씨의 좌충우돌 산청 정착기

산청시대 2021-02-14 (일) 13:07 3년전 1802

‘귀촌 계획은 또 다른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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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는 귀농(촌)을 결심하고 산청으로 이사를 온 것이 아닙니다. 2014년 초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부동산 홈페이지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본 후 재미 삼아 한번 구경 가보자 한 것이 시작이었지요.”


윤영미(37) 씨는 산청군 시천면 마근담길 474에 살고 있다. 경기도에서 빵을 굽고, 허블리스트로서 건강한 먹거리 강의를 하던 소위 잘나가던 젊은이였다.

부동산 매물보고 찾은 산청, 가볍게 이주

경기도에 살면서도 그들은 막연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주에 가서 살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곤 했단다. 그러다가 우연히 부동산중개소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마음에 들면 진주까지 출퇴근도 할 수 있으니 한번 직접 가서 보자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 그만 그 길로 6년째 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당시 그들은 귀농, 귀촌 이런 단어도 몰랐고, 단순하게 거주지를 옮긴다는 이사 개념이었으며, 그냥 집 보러 왔다가 주변 풍경에 반해 주저앉은 경우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기에 이후 정착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차라리 좀 더 많은 정보를 구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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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하는 강의

“많은 정보와 치밀한 계획 세웠더라면”
그러면서 남편은 태어나서 처음 내려온 산청에서 자리 잡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며 원치 않았던 직장생활도 하고, 영미 씨는 프리랜서 강사 일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영미 씨는 허브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땅을 사고 온실까지 지어버렸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지만 농사라는 것은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니 점점 다툼도 잦아지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영미 씨는 야심 차게 ‘지리산 달빛 허브정원’이라는 이름으로 허브 농사를 시작하며 힘들지만, 재미도 있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들도 가득했다고 한다.

‘지리산 달빛 허브정원’ 육아 문제로 포기

그런데 아이를 갖게 되고 남편은 직장생활을 계속하면서 허브 농장을 돌볼 사람이 없어 점점 잡초밭으로 변하고 있었다. 허브 모종은 심어 놓고 제대로 수확도 못 해본 채 농사는 잠시 중단되고 말았다. 아이가 돌을 지나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자 다시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전념해야지 하며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신의 축복인지 계획인지 두 번째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또다시 농사는 계획에만 그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아이 둘 데리고 산속에서 혼자 농사짓는 건 불가능하다며 땅을 정리하라고 종용했고, 영미 씨도 아무리 생각해봐야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다소 손해를 보며 땅을 처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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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아다지오 김밥 도시락

식품 전문점 ‘키친 아다지오’ 운영‥허브 강의

영미 씨는 지금 두 아이를 돌보며 자신이 잘하던 빵과 음식 만드는 식품 전문점 ‘키친 아다지오’를 운영하며, 허브 활용법을 가르치는 강의를 하고 있다. 우선순위를 아이들 돌보는 것에 두어 가게는 예약주문판매로만 운영한다. ‘키친 아다지오’는 케이크나 디저트를 포함하여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시락과 맞춤 음식을 주로 취급한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산청 생활 6년이 참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고, 참 많이 울고 웃었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며 “분명한 건 산청 생활이 아주 즐겁고 행복했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귀촌·귀농에서 계획보다 실행이 더 중요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들어왔지만, 귀촌 20년 된 지인은 귀촌 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들어왔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란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지금 혹시 귀촌이나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물론 계획도 중요하지만, 계획보다는 실행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선 정착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말입니다. 당신은 이미 살고 있으니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6년을 되돌아보니 계획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었던 거 같아요. 그저 이곳이 좋은 이유만 있다면 움직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산청을 체험하는 ‘클래스 투어’ 준비

영미 씨는 지금 주변에 사는 분들과 행복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산청에 살면서 도시에 사는 다양한 지인들의 말을 듣고 종합해보니 ‘산청에는 젊은 사람들이 할 만한 것이 없다’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딱히 갈 곳이 없다’, ‘등산 아니면 계곡뿐이다’, ‘여름에만 갈 만한 곳이지 겨울에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등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산청에 오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클래스 투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체험 관광과 비슷한 개념으로 산청에 와서 이곳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즐기고 그 속에서 기억에 남을 체험을 하고, 돌아가서는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생각나게끔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기념품 제작 등 관광 상품 개발도

다양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굿즈(기념품)도 제작하는 등 관광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영미 씨는 “깨끗한 산청, 재미있는 산청, 가고 싶은 산청, 그런 산청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재 ‘키친 아다지오’는 작업실만 운영하고 있으며 별도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주문과 공지는 모두 인스타로만 진행한다.


연락처는 ☎010-3553-2805, 인스타 계정은 @kitchen-adagio이다.

글·사진/ 민영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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