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예담촌 ‘산청 173’ 운영하는 박영진·김옥순 부부

산청시대 2021-07-14 (수) 23:24 21일전 135

지구 살리는 ‘착한 천연염색’ 산청 ‘풀꽃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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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김옥순 대표

시천면에 천연염색 공방 ‘풀꽃 누리 주식회사’를 두고 단성면 남사예담촌에서 ‘순이 진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박영진(50)·김옥순(51) 부부 대표.
부부는 옛 문헌에 전해지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라 스카프와 손수건, 컵 받침 등 비교적 단순한 제품에서부터 손가방과 침구류, 생활복 등 다채로운 천연염색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박영진 대표가 천연염색에 뛰어든 것은 환경운동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환경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했던 젊은 시절 염색공장이 밀집해 있는 공단에서 폐수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삶 전체를 친환경으로 바꿔 나가셨다고 한다.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이 자신의 옷부터 천연 염색한 옷으로 입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성철스님 생가가 있는 겁외사 인근에서 황토와 숯 등을 활용해 본격적인 천연염색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직장을 쉬고 있던 박영진 대표가 어머니의 일도 도울 겸 천연염색을 배우게 되고, 그것이 평생의 업이 됐다. 덩달아 아내 김옥순씨 역시 천연염색의 길을 함께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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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 순이진이 갤러리

환경운동가 어머니 이어 2대째 천연염색 매진
이때가 1999년 마음은 먹었지만, 이왕 시작한 일 제대로 해 보겠다고 배움을 얻으러 다닌 천연 염색공 방은 자신과 어머니의 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대부분 발색이 어렵다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화학약품으로 된 매염제(옷감과 연료를 결합해 발색하도록 만드는 매개 약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동의보감’은 물론 조선 시대 백과사전인 ‘이수신편’, ‘규합총서’, ‘산림경제’ 등 옛 문헌을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문헌에 나온 전통 염료 재료를 찾아 전국을 누볐다. 염료가 있어도 천에 그 색을 입히는 일은 또 다른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것은 색을 낼 때 꼭 필요한 매염제를 구하는 일이었다.
백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국을 찾았지만, 백반 역시 화학약품으로 만든 것이었다. 문헌을 뒤져 공부를 하다 보니 동백나무를 태워 얻은 잿물로 매염제 성분을 얻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백나무를 구하러 통영까지 갔다.
지리산 곳곳에서 나는 한약재는 훌륭한 천연 염제였다. 갤러리 앞마당에 있는 수백 년 된 매화나무의 매실을 얻어 식초를 담가 염색에 썼다. 그렇게 13년을 색을 찾고 입히는데 몰두했다. 그 시간 동안 찾아내고 만들어낸 색이 173가지였다. 옛 문헌에서 전해 내려오는 ‘세상의 모든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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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진이 갤러리 전시 작품

옛 문헌 뒤져 13년 연구‥173가지 전통색 찾아
선조들이 남긴 전통방식으로 173가지에 달하는 색을 찾고 입히는 방법을 체득했지만, 여전히 천연염색은 고되고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염색의 가장 기본이 된다는 쪽빛 염료 만들기 하나만 해도 1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다 보니 4계절에 맞춰 재료를 구하고 또 염료로 만드는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이러한 정성과 노력은 차츰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2011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2013년 (사)한국전통염색협회 전통염색체험 장인 취득, 2017년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 2018년 통도사 서운암 천연염색 축제 운영위원장 등 풀꽃 누리가 걸어온 길은 천연염색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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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광 으뜸두레 선정

문체부·관광공사, 전국 ‘으뜸 관광두레’ 선정
최근에는 대중 속으로 가까이 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풀꽃 누리’는 지난 2019년 문체부 공모에 선정돼 관광두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전국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가운데 우수한 주민사업체를 집중 육성하는 ‘관광두레 으뜸 두레’에도 선정됐다.
박영진·김옥순 부부 대표는 옛 문헌에서 전해 내려오는 ‘173가지 세상의 모든 색’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산청 173’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뜻을 같이하는 지역민들과 함께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통 한옥과 문화재로 지정된 옛 담장이 잘 어우러진 남사예담촌에서 천연염색 체험과 전통 공예품 만들기 체험 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지구를 살리는 착한 천연염색’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산청 천연염색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매년 함께 만든 작품을 동의보감촌과 남사예담촌 등에서 전시, 전통 천연염색 기법이 주는 자연의 미를 대중화하고 있다.

“남사예담촌 전체가 전시·체험공간 됐으면”
박영진·김순옥 대표는 천연염색과 남사예담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남사예담촌 전체가 전시·체험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전통 한약재는 대부분 우수한 천연염제로, 수많은 약초가 자생하는 지리산 자락 산청군은 염제를 구하기에 최적지”라며 “이처럼 우수한 지리적 여건에 천연염색을 배우고자 하는 인적자원이 더해진다면 전통 천연염색 대중화에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부부는 강조했다.
글·사진 / 곽동민 산청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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