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 조직과 신뢰

산청시대 2018-11-29 (목) 20:16 5년전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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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법학박사) / 전 진주경찰서장

무릇 조직은 조직 구성원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협력은 상호간의 믿음, 즉 신뢰가 전제되어야 가능해 진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정치(政治)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입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문무대왕이 당나라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경주에 큰 성(城)을 쌓으려고 하자, 의상 대사가 만류하면서 정치를 잘하여 민심을 얻으면 성을 쌓지 않더라도 나라를 지킬 수 있고, 민심을 얻지 못하면 만리장성을 쌓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은 15년 만에 망했다. 여기서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병법에도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고 해, 하늘의 때를 만난 사람은 땅의 이점을 잘 아는 사람만 못하고, 땅의 이점을 잘 아는 사람은 인화를 잘하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인화의 바탕은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이다.

능력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과 구성원간의 신뢰, 구성원과 조직 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고 오고가는 믿음이 없다면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압적이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건성적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면, 억압이나 공포에 의해 협력이 잠시 이루어질 수는 있겠지만, 오래 갈 수는 없다. 독재자가 오래 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실적으로 구성원과 구성원, 구성원과 조직 간에 완전하게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조직은 거의 보지 못했다.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에너지가 분산 되고 넘쳐나는 온갖 기만과 술수가 서로의 능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조직의 능력 또한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만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이 모여 있어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화가 되어 있지 못하면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민무신(民無信)이면 불립(不立)이라는 시경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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