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생일’ 후기

산청시대 2019-05-01 (수) 12:27 4년전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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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 시인, 시낭송가

목련이 지고 벚꽃이 진다. 봄꽃들이 송이송이 낙화하는 봄날, 세월호 5주기인 2019년 4월 16일에 ‘생일’이라는 영화를 보러갔다. 이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남은 유가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고요함 속에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아들 수호를 갑자기 떠나보낸 엄마와 아버지, 여동생, 가족들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수호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배우 설경구가 아들과 낚시를 했던 추억을 떠올릴 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수호가 사용했던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해 두고 수호가 없는 방에서 수호와 대화를 나누는 엄마, 수호의 엄마역으로 나오는 배우 전도연이 수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목 놓아 꺼이꺼이 우는 장면에서 나도 그만 목 놓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란 겪어보지 못함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 저 밑바닥에 묻어 둔 지난 세월이 올라와 미친 듯이 눈물을 쏟았다. 수호 가족들은 스크린 안에서 울고 우리는 스크린 밖에서 울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한 가족처럼 흐느꼈다. 우리는 어쩌면 저마다 자신의 상처를 꺼내 놓고 그들의 상처와 하나가 되어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울고 나면 모든 상처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수호 가족은 처음에는 유가족을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내미는 따뜻한 손길에 결국은 유가족들과 함께 수호생일자리를 만들어 생전 수호와의 추억을 나누었다. 저마다 상처 속에서 수호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은 아픔 그 자체였다. 서로 피하고 묻어두고 모른척하지 않고 마음껏 수호를 이야기하고 그리워하며 다함께 추모하였다. 이 때 어느 시인이 쓴 수호이야기를 낭독하는데 어찌나 명치끝이 아리던지 거침없이 눈물을 쏟아졌다. 같은 아픔과 비슷한 상처를 품은 사람들끼리 위로하고 격려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이었다. 

누구라도 “또 세월호 이야기냐?” 라고 말하지 말라, “또 단원고 이야기냐?”고도 말하지 말라.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그 누가 알 것이며 그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 법이건만 가슴에 단단한 돌이 된 아픔을 그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인간으로서 억울하게 사라져간 어린 영혼들을 진정으로 달래주어야 하리라. 정치와 이념을 넘어서 지금부터라도 그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더 치유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울어주어야 하리라.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맺도록 유가족들의 상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어루만져 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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