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소앵촌(巢鶯村) 이야기

산청시대 2019-07-31 (수) 14:37 4년전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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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 산청한방약초축제 위원장

우리 어릴때만 해도 남자 이름은 항렬(行列)을 따서 집안에서의 서열과위치가 어딘지 알게 했고 여자 이름은 子, 順, 淑, 愛를 주로 넣어 여자답게 살라는 의미로 지어붙혔다. 그래서 준이라는 항렬의 형제간은 한준이 또준이 삼준이로 형제 간 서열을 담방 알수 있고 짓기도 수월했다.
동네 이름도 마찬가지다. 하촌 윗동네는 상촌이고 그 가운데는 중촌이고 좀 들이 평평한데는 평촌이다. 조사는 안해봤지만 전국적으로 평촌이나 상·하촌 마을이 그 숫자로는 으뜸일 것이다. 그나마 좀 트인곳은 그렇게 동서남북 상하좌우를 구분하여 쉽게 지었겠지만 좁은 골짜기나 외딴곳은 이름이 참 다채롭고 재미있다. 우리 동네만 봐도 그렇다. 우리 동네 이름은 향양리(向陽)다. 아침 해를 바라보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우리동네 도로명 주소는 생초면 새실로 573번길이다. 새실로는 옛부터 불리던 새실골을 지방도에 갖다 붙힌 이름이다. 실제 새들이 많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골짝 열 동네 중에 세 동네가 새와 관련된 이름을 갖고 있으니 ‘새실골’은 잘 붙혀진 이름이다.
소재지 늘비 동네를 지나 첫 오른쪽 동네가 붕디미(부엉더미), 세번째 동네가 노은촌(老隱村ㅡ제비집) 지나고 지나 여덟번째 양지바른 왼쪽 동네가 소앵촌(巢鶯村ㅡ꾀꼬리 마을), 바로 우리 마을이다. 소재지에서 시오리길이다. 우리 마을 위에도 향양리에 포함된 고촌과 어은동 마을이 더 있고  큰 저수지도 있다. 동네가 꾀꼬리 둥지처럼 생겨서 그렇다. 세 동네 모두 동네형상이 이름지어진 새들의 둥지 형상이다.

우리 소앵촌에는 새들이 자유롭게 먹이를 구하고 노닌다고 하는 새들(들판)이 있고 새들과 동네 사이에 솔밭이 있다. 옛날에는 소나무가 많아 솔밭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제는 울창한 느티나무 숲이고 소나무는 한 두그루만 남았다.
느티나무 숲 키가 하늘을 찔러 동네의 방풍 막이에 손색이 없고 여름 한 철은 골바람과 어울려 시원하기로는 따를 동네가 없다. 그 숲 한가운데 소앵정과 작은 정자가 하나 더 있다. 평상도 많아 동네 사람들이 놀기에는 그저그만이다. 그뿐 아니라 동네 뒤 왼쪽-사람으로 치자면  외쪽눈썹 쯤에는 아미당(蛾眉堂ㅡ누예눈썹)이라하는 사오백년되는 정자가 자리잡고 있고 그전에는 동네 어른들이 해질때까지 모여 놀던 곳이다. 이제는 사람 수도 줄고 마을 옆 소앵정  주변 숲이 놀이터가 되어 아미당은 내 전용이나 마찬가지다. 그 정자 밑이 바로 우리집이기 때문이다.

2년 전 봄부터 우리동네는 소앵제(祭)를 지내고 있다. 마을입구 담장 돌에 새긴 꾀꼬리 로고 3앞에 상을 차리고 마을의 안녕과 행복과 단합을 기원한다 춘궁기를 맞는 새들에게 곡식을 뿌려 굶주림을 면하게 하는 행사도 잊지 않는다. 소앵정(亭)에서 준비한 계절 음식과 술판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소앵제 덕분에 사물놀이패도 만들어지고 장구와 꽹과리와 소북은 넉넉하고 주민 서른명 모두가 개량한복도 맞춰 입었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다. 자연이 굶주리면 인간도 굶주림을 면 할 수없다. 까치밥을 남기는 이유도 고시례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새들이 잘 익은 곡식만 탐하는것은 아니다. 곡식을 괴롭히는 벌레는 귀한 그들의 먹이감이다. 새들은 귀찮기도 하지만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공존하는 모든것은 불편과 편리함이 수반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自然은 저절로의 현상이다. 그리고 담대하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자연은 하늘의 뜻이다. 동네가 꾀꼬리 둥지처럼 생긴것도 하늘이 준 선물이고 자연의 힘이다. 나는 절대 신봉자는 아니지만 풍수지리는 때로는 인간의 품성을 만들고 조율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좋고 나쁜 환경은 집안과 사회와 나라 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나쁜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경계하는것도 그런 이유이다.

소앵촌은 둥지속의 한 가족의 의미가 담겨있다. 상형문자인 소(巢)자만 봐도 의미를 알수 있다. 과일나무 꼭대기 둥지속에 새들이 옹기종기 살고있는 그 모습을~
부모형제 간 에도 의견 다툼이 허다하다. 의견은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돕는것이 가족이다. 넓게 보면 동네이고 사회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도 그렇다. 이런저런 생각은 달라도 금방 단합한다. 참 좋은 일이다.
살고있는 동네마다 전설이 있고 뜻이 있다. 내 동네는 이름이나 있는지 살펴 볼 때다. 오늘도 어김없이 붉은 해는 동에서 뜨고 느티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그늘을 키운다. 소앵촌에 골바람이 분다. 이름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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