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강 시단] 모란꽃 인연

산청시대 2020-02-26 (수) 16:12 4년전 1567

모란꽃을 만나러 가는 아침에
전생에는 그대가 나를 찾아다니는
연인이었을 거라는 우리들의 인연 이야기는
생각하면 조금은 쓸쓸한 일입니다.

부처님이 밤새 다녀가신 듯 늦은 봄비가 다녀간 날
전생에 그대가 보릿고개를 넘어 나를 만나러 오시 듯
이승의 나는 아직도 잠 덜 깬 바람처럼
어머니 산소에 피는 모란꽃을 만나러갑니다.

이쪽에서는 이제 막 꽃잎이 피어나고 있는데
저쪽에서는 먼저 핀 꽃잎이 벌써 시들고 있군요.
뭐라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슬픔 같은 것들이
꽃잎 가득 이슬로 맺혀오는군요.

전생에는 그대가 나를 찾아다니는 연인이었다는
이야기는 비 그치듯 맑은 하늘로 어느새 잊혀지고
내가 그대를 찾아다니듯 모란꽃을 만나러 가는 인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은 쓸쓸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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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양일동) / 시인

시집 <혁명은 오지 않는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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