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원에 꽃이 피었다.
까치가 봄을 물고 후드득 날아간다.
매화와 복사꽃이 봄바람에 산화하고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너무나 짧았던 봄의 흔적들,
봄이 뒷모습을 보인다.
그 흔적 따라 수녀님의 손길이 바쁘다.
까치가 울어대지만
저 지는 봄꽃들의 뒷모습을 어이 감당해야 할까.
산청 성심원에 이름 없는 꽃이 피었다.
까치가 물고 가던 씨앗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또 꽃을 피운다.
봄이 이토록 찬란한 것은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땅 밟는 소리
그들의 땅 밟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태근 / 필봉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