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권력무상

산청시대 2020-05-20 (수) 14:11 1년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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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 <본지> 편집위원, 진주노인대학장
 
경남유교대학은 문화재청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경남 전역 향교 서원에서 유림들이 모여 수학하는 대학으로 유림지도자(강사요원)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국내 굴지의 유명대학의 한문학과 국문학과 중문학과 교수들이 출강하여 매우 질 높은 강의를 하며 2년 과정을 마치면 성균관장으로부터 진사(進士) 서품장을 수여하고 있다. 매년 2회씩 현장체험학습으로 유적지 답사를 하는데 필자가 학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북지방을 답사하던 중 모 서원을 탐방하고 느낀바 있어 기술하고자 한다.

서원에 들어서니 조선시대의 인물을 모셨다는데 서원 건물은 새로 중수를 했는지 그리 오래된 건물이 아니듯 했다. 그 규모는 보통의 서원과 다를 바 없었는데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명재상의 서원이었다. 그러나 마당에 들어서니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잡풀 잡목이 사람의 키만 큼 자라 폐허가 되어있었다.

서원의 50m 뒤에 있는 묘소로 가는 길은 잡목과 아카시아가 뒤엉켜 비집고 올라가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묘소 역시 잡초에 뒤덮여 한심할 정도였다. 봉분 상석 축대 모두 갖출 것은 다 갖추었는데, 묘비에는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 영의정 ㅇㅇㅇ지묘'라고 기록되어 있었으나 일개 필부의 묘소보다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아마 정신이 바로 박힌 후손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두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각 지역 국민의 대표로써 국정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량을 뽑는 선거였다. 출마자는 건전하고 실천 가능한 공약과 자기의 포부를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하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도, 여(與)는 여대로 야(野)는 야대로 상대를 비방하고 헐뜯고 소송이 난무하는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각 분야에서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기술과 고도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민족인데 유독 정치만큼은 한 발도 진전이 없이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추태를 부리는지 참 어리석고 답답할 뿐이다. 남을 헐뜯기 전에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확히 밝히고 내가 제시한 공약은 꼭 지키겠다는 신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우리 인생을 두고 100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백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짧은 인생, 사는 동안 출세가 무엇이며 권력이 무엇인가. 앞서 답사한 영의정의 묘소에서 '권력무상'과 허무를 보고 권력이나 출세가 영원한 것이 아니고 한낱 물거품이요, 뜬구름임을 느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교훈삼아 상대를 존중하고 페어프레이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한다. 그까짓 벼슬이 무엇이라고 진흙탕 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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