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결혼기념 선물

산청시대 2020-06-11 (목) 11:14 3년전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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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 산청한방약초축제 집행위원장

5월은 공휴일도 많은데 우리 집은 행사가 집중되어 있어 달력에 절반이 빨간 날이다. 17일은 43년째 맞은 결혼 날, 아이들도 40이 넘었으니 지겨울 만큼 같이 살았다. 미울 때도 많았는데 세월이 갈수록 내 못난 것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기념일 한번 챙겨준 적도 없고  그러다 보니 아예 기대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그러나 아무튼 무슨 날 무슨 날 기억하고 격식을 갖추는 일은 왠지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간다. 내 생일을 나도 잘 기억하지 않지만 아침에 미역국 한 그릇 얻어먹는 것도 내 소홀한 탓에 미안하다.

“낳은 어머니가 수고했고, 나는 그냥 짬도 모르고 이 세상에 온 것뿐인데”

아무튼 오늘은 꽃을 좋아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순간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보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 맞지?”
“맞아요”
“내가 오늘 일 년 내내 키운 멋진 꽃을 선물하지”
“호호 좋아요”

집 안밖에 핀 꽃 한 움큼을 잘라 두 손에 쥐어줬더니 콧노래를 부르며 정성껏 화병에 꽂아놓고 사진을 찍어 동네방네 퍼 나른다. 보고 있는 나 까지도 다시 보란다. 남편은 돈 안들이고 아내를 즐겁게 했고, 동네방네도 참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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