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보좌관 20년 되돌아보며

산청시대 2020-06-11 (목) 11:19 3년전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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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애 있는 화합의 꽃밭

국회 의사당 오른편에는 ‘화합의 꽃밭’이 있습니다.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가 몸싸움을 불사하던 2009년, 서로 화합해서 국회를 잘 이끌어가자며 한 분, 한 분 의원님들이 가져온 꽃으로 조성한 꽃밭입니다. 11년이 지났지만 이곳에는 해마다 5월이면 화사하고 풍성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산청에서 공수해온 ‘작약’입니다.
이른 봄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해 곧 잎들이 풍성해지고, 꽃망울이 맺히고, 탐스럽게 꽃이 핍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또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이듬해 봄에 되살아납니다. ‘죽어야 다시 산다’는 명제를 그 어떤 생명체보다 잘 일깨워주는 꽃입니다. 저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면 이곳을 찾습니다. 아직도 ‘신성범 의원 기증’ 팻말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저한테는 그 어떤 장소보다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국회에서 20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산청군 단성면 출신 박계동 의원님과 14대(1992년~1996년), 17대(2004년~2008년), 거창군 북상면 출신 신성범 의원님과 18대, 19대(2008영~2016년), 그리고 국군간호사관학교 학교장(준장)을 역임하신 윤종필 의원님과 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 비서로, 비서관으로 보좌관으로 일했습니다. 26살, 처음 일을 시작했던 당시의 설렘과 자부심은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는 내내 저를 이끈 추동력이고 힘이었습니다.
박계동 의원님께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으셨던 2006년 당시 산청 공무원들은 각종 예산 확보를 위해 저희 사무실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당시 이재근 군수님은 국도 59호선 밤머리재 터널공사 예산 확보를 강력하게 요청하셨고, 박계동 의원님은 소위 ‘쪽지 예산’으로 첫 사업비를 확보해 공사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드셨습니다. 이 터널이 내년에 완공된다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18대, 19대 국회에서는 산청, 함양, 거창에서 당선되신 신성범 의원님과 함께 일했습니다. 8년간 숱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3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입니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한 국가 행사로 치열한 사업지 선정 경쟁과 예산 확보 등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신성범 의원님과 이재근 군수님, 그리고 수많은 산청 분들의 땀과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산청엑스포는 인구 3만이 조금 넘는 산청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엑스포 후 10년이 되어 가는 산청군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의원으로서 당과 정부 등에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3선으로 활동을 할 때인데, 박계동 의원님도 신성범 의원님도 그 벽을 넘지 못하셨습니다. 두 분은 30대, 40대에 국회의원을 시작하셔서 그 어떤 의원들 보다 추진력 있게, 정의롭게,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하셨습니다. 박계동 의원님은 그후 택시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공헌 사업을 이어가고 계시고 신성범의원님은 시사토론 방송의 패널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신 의원님은 방송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만큼 정연한 논리와 품격 있는 토론이 기대됩니다.

국회에는 여성 보좌관이 매우 드뭅니다. 국회의원들은 4급 보좌관을 두 명을 둘 수 있는데 20대 국회에서 112명의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중 여성보좌관과 일한 국회의원은 단 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중에서 지역이 아닌 국회에서 정책을 보좌한 여성보좌관은 다섯 명 뿐입니다. 윤종필 의원(비례), 김승희 의원(비례), 홍일표 의원(인천 미추홀갑), 김규환 의원(비례),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만이 각각 한 명의 여성 보좌관을 두었고, 다른 의원실은 모두 남성 보좌관들과 일을 했습니다.

최근 여성보좌관, 비서관들이 21대 국회 보좌진 재임용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는 걸 보면 이런 현상은 21대 국회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의원들 조차 여성보좌관을 채용하지 않는 편견이 더 문제입니다. 저는 다행히 여성에 대한 편견, 일에 대한 편견이 없는 의원님들을 만나 아이 셋을 키우면서 차별은커녕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참 ‘운이 좋은 보좌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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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20년의 기록

이제 국회 보좌관 20년을 마무리합니다. 국회 밖에서 국회와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산청사람은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산청 딸기를 만나면 자랑부터 시작하고, 지하철역에서 산청 광고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이고, 산청 고향 분을 만나면 한없이 반갑기만 한 저는 영원한 산청사람입니다. 고향은 지금까지 저를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이런 마음 늘 가슴에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보좌진으로 활동하던 동안 반갑게 대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산청 분들, 향우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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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이문영 보좌관이 보내준 내용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전 보좌관은 산청읍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업을 이어갔으며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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