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생득기(人生得己)

산청시대 2020-09-04 (금) 13:43 21일전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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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 전 진주경찰서장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나 아닌 나'를 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죽어도 한이 없다(人生得己死無憾)라는 말이 있다. 내 나이 벌써 예순 하고도 여섯 해가 넘어가고 있지만 과연 득기(得己)와 비슷한 것이라도 했는지, 되돌아보면 희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형제 자매이든 친구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그 어느 누구든지 '나 아닌 나'라고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삼국지의 등장인물 중 주유라는 인물이 있다. 오나라의 주군 손권이 위나라의 조조와 대항하여 전쟁을 할 것이냐 화친을 할 것이냐를 두고 주유의 의견을 듣기 위해 변방에 있는 그를 소환 했을 때, 그의 아내 소교는 하녀에게 짐을 꾸리라고 지시한다. 소교는 주유와 말 한 마디도 주고 받지 않았지만 주유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 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유와 동문수학한 적국 위나라의 중신 장간이 주유를 회유하기 위해 찾아 왔을 때 주유는 아내 소교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만 말 했을 뿐인데, 소교는 역지용지 즉 반간계임을 즉시 알아채고 주유를 도와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일조한다. 이런 소교를 그냥 현명하고 재치 있는 여자로 치부해버리기는 좀 아쉬운 감이 남는다. 두 사람은 몸은 따로지만 마음과 마음이 상통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경지라고 해야할 것이다.

석가모니가 연꽃을 따서 들고 대중들에게 보이자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고 하여 말이나 글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한다는 것을 염화시중의 미소(拈華示衆 微笑)라고 한다.

주유와 소교, 석가와 가섭은 소위 득기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감히 바랄 수 없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한 사람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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