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시를 쓴다
매일 매일 지리산이 시를 쓴다
봄이 오면 봄꽃이 피었다고
여름이 오면 물소리가 시원하다고
가을이 오면 하늘이 파랗다고
겨울이 오면 눈꽃이 피었다고 시를 쓴다
지리산은 산새소리 들리는 좁다란 둘레길에
오색단풍으로 부지런히 행갈이를 한다
지리산은 고사목 아래로 흐르는 대원사계곡 물소리에
작은 야생화가 피었다고 연갈이를 한다
지천명의 여인
지리산이 쓴 시 속에서 열아홉 소녀로 태어나
못다 이룬 사랑을 불러들여 지리산이 쓴 시를 읽어낸다
오늘도 지리산은 서툰 행갈이를 하며
연을 나누고 있다
「지리산 연가」 중에서
김태근 / 시인,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