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유로부터 도피

산청시대 2020-11-18 (수) 14:54 3년전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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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몇 년 전엔가 후배들과 함께 남해로 바다낚시를 갔다가 인근에 있는 숭어 양식장을 구경했던 적이 있다. 가두리 그물 안에는 수만 마리의 숭어들이 사육되고 있었는데 그중 몇십 마리는 바깥으로 탈출하기 위해 좁은 그물코에 몸을 비집어 넣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몇 마리는 머리와 꼬리가 바뀌어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자유를 찾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고 애를 는 것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른 예수, 왕자의 몸으로 태어나 약속된 영화를 박차고 고독한 고행의 길을 택한 붓다, 더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련과 고난의 등짐을 메고 천하를 주유한 공자 등 성인들의 삶을 논거로 삼지 않더라도 자유를 얻기 위한 피나는 투쟁사가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대가리와 꼬리가 바뀐, 즉 자유로운 바깥세상에서 속박의 그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도 사는 현실이 그렇고, 먹고사는 경제적 이유로 속박과 독재를 용인했던 우리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에리히 프롬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 근대인의 심리적 기반이 나치즘이라는 우상을 수용했다’라고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밝혔다, 소유적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 존재적 방식을 택할 것인가의 선택의 자유는 순전히 개개인의 몫이다. 단지 사람은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 가야 한다. 거기다가 동물적인 삶과 행복에 그치기보다, 좀 더 높고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행복을 누리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존재적 삶의 방식을 권장하면서 자기도취 극복, 인간실존의 유한성을 수용하고 의식된 자아뿐 아니라 무의식의 자아까지도 인식하면서, 삶의 최고 목표를 자신의 인격 및 이웃의 인격을 완전히 개화시키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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