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강 시단] 11월의 기도

산청시대 2020-12-03 (목) 14:00 3년전 1653

11월의 기도

 

11월에는 열 장의 달력을 넘기며
살아온 날들을 다독이게 하소서.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을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11월에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소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돌아보게 하소서
잘못한 것은 냉철한 모습으로 반성하게 하소서
살아오면서 잘한 것은 “참 애썼어” “참 잘했어”
칭찬의 말로 더 큰 용기를 가지게 해 주소서

못 볼 것을 보았다고 눈을 감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눈을 더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지친 눈을 머물게 하소서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닫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입을 열고 “괜찮다 괜찮아”
긍정의 말로 꽃피게 하소서

가시 돋친 말을 들었다고 귀를 닫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조용히 귀를 열고 촛불을 밝히고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좋지 않은 기억은 지는 저녁노을 따라 흘려보내고
좋은 추억은 햇살처럼 간직하게 하소서

11월에는 눈을 열고 귀를 열고
입을 열고 마음을 열어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이 아름다운 세상
꽃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한 줄의 시로
멍든 가슴을 어루만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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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시인, 시 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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