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남명(南冥)을 통해 본 이 시대 필요한 시대정신

산청시대 2020-12-03 (목) 14:02 3년전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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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

양서나 명저를 읽고 나면 경각심과 반성을 느끼게 하고, 간담이 서늘한 교훈이 되기도 한다. 김영기 경상대 명예교수의 <남명 조식의 학문과 사상과 실천>은 권력과 암투, 음모와 배신의 역사 속에 숨겨진 남명 선생의 사상과 선비정신을 재조명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자세와 방식에 대한 통찰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달은 사실은,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직설로 정의를 세우고 민본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남명 정신’이야말로 숱한 역사의 격랑과 위난 속에 조국을 지켜 온 기반이자, 우리 삶을 이끌어 온 정신적 원리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남명 선생은 평생을 학문에 전념하며 청렴결백과 경의 사상을 실천한 지성인이었다. 늘 허리춤에 성성자(惺惺者)와 경의검(敬義劍)을 품고 다니면서 방울 소리가 울릴 때마다 몸가짐을 살피고 자신을 성찰했는가 하면, 불의를 칼로 베어버리겠다는 듯 경계하며 깨어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내 오장육부에 티끌이 생긴다면 곧장 배를 갈라 강물에 흘려보내리라’라는 선생의 시 ‘욕천’(浴川)에선 자신의 허물을 한 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선생은 상무(尙武) 사상을 겸비한 학자였다. 곽재우, 정인홍, 김면 등 수많은 의병장을 길러내 임진왜란을 극복하는데 공헌했을 뿐 아니라, 현실 비판자로서 때로는 군왕에 맞서 직언을 서슴지 않았거니와 훈구파, 척신들이 농단하던 조정을 상대로 타락한 권력과 무능을 질책하고 무기력한 서생들을 꾸짖었다.
‘훈척이 발호하는 난정(亂政)의 시대에 조정이 백성을 돌보지 않으매 백성은 물이요 군왕은 배라며 <민암부>(民巖賦)를 지었고, ‘백성’을 일곱 번 적는 <단성소>(丹成疎)로 왕도정치를 주창하며 암군(暗君)을 훈계’하였던 것이다.(김영기 교수의 ‘남명사랑’ 창립 취지문 중)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건전한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 가치였다는 걸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남명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시대에 부응하는 양식 있는 사람으로서의 소명은 무엇인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일을 도모하고자 김영기 교수께서 가칭 ‘남명 사랑’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모두 여기에 동참해 뜻을 모아보는 건 어떨까. 남명 선생의 사상과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여 시대정신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일보다 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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