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안부편지

산청시대 2020-12-16 (수) 14:46 3년전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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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 산청한방약초축체 집행위원장

햇살이 눈 부신 한낮, 어제 불던 바람도 미안해선지 오늘은 조용하다. 그래서 초겨울 날씨지만 꽤나 달콤하다.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이 남았다. 아쉽긴 하지만 어제가 오늘이었고, 내일도 또 같은 오늘일 것이기에 썩 서운한 것도 없다.
그저 이 코로나 시국에 촐랑거리다가 재수 없이 독감이라도 걸리면 남사스럽고 정다운 사람과 시시덕거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 아쉽고 걱정스럽다

시골 사람이야 그저 그렇다 치더라도 명색이 수도 서울이나 제1 광역시, 경남의 수부 도시 창원에 사는 사람들 소문 듣자 하니 “자유가 없으면 죽음을 달라”는 그런 말, 입도 뻥긋 못해보고 한 번도 경험 못 한 세상을 눈만 빼꼼 내밀면서 사신다니, 제 처신도 버거운 시골의 늙은 농사 시보 마음도 딱하고 무겁다.

사돈 남의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마음 가지시기를 빌어본다. ‘여기까지 온 그것만 해도 잘했다’며 나를 칭찬하고 몸도 마음도 비우면 비울수록 가볍고, 아프지도 않는다고 하니 그리 알고 계시기를 당부드려본다.

‘아~낙엽이, 아~노을이, 아~세월이’ 젊을 때 어디 이런 거 제대로 보이던가. 이제 맘 좀 내려놓고 즐겨야 할 황혼의 자유를 고약한 역병이 잽싸게 앗아 갔으니, 어찌할 거냐, 하늘도 무심하시지.

냉장고 털어 여러 가지로 영양보충 잘하시고, 따시게 군불 지피고, 손톱 잘 깎고 샤워 자주 하고, 이것저것 비우면서 황혼의 자유를 되찾을 건강, 잘 키워 놔 봅시다. 그러다 보면 아마 좋은 날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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