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다시

산청시대 2020-12-29 (화) 22:11 11개월전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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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 필봉 문학회


사람은 누구나 몇 권의 소설책 같은 사연을 품고 살기 마련이다. 거친 산을 잘 넘었는가 하면 또 산을 만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희망을 품어야 한다. 미움의 대상인 사람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까지 거세게 뒤흔들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블루’까지 덮쳐서 힘들고 우울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다투고 아파하는 이들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서적 거리는 가까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물리적 거리 두기로 마음마저 멀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자연의 이치를 보며 다시 깨우쳐야 하리라.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듯이 한고비 지나고 나면 더 큰 결실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오늘 울고 나면 내일은 웃을 수 있으니 그나마 참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이 또한 지나가리니 서로를 토닥이며 견디는 수밖에.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용서를 해 주며 모든 것이 너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 그러면서 다시 기회를 주는 사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 소중한 사람으로 품게 된다. 아니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는 내 아버지가 그러한 분이었다. 나 또한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싶어서 노력하며 살아가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가끔 나의 부족함과 잘못과 부끄러움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칠 때 나는 방어기제를 쓴다. ‘지리산’이나 ‘남명매’를 찾아가서 울음을 토하기도 하고, 시를 쓰거나 내가 낭송한 시를 들으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내 탓이고 세상에 용서 못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장시하 시인은 노래한다. 언제쯤이면 그런 경지로 내 마음이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 한 줄이 큰 힘이 되어 가라앉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반생을 살고 보니 ‘다시’라는 참 좋다. ‘다시’라는 말속에는 무한한 꿈이 들어 있다. 다시 소녀처럼 꿈을 꾸고 다시 처음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다. ‘다시’라는 말속에는 용기와 희망이 들어 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다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싶다. 늦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희망을 품고 노래하고 싶다. ‘다시’라는 말속에는 사랑이 앉아있다.

다시 처음처럼 순수하게 사랑하자. 떠오르는 모습, 지는 모습까지 아름다운 저 태양처럼 다시 뜨겁게 사랑하자. 새해 첫 하늘이 열리는 새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나무와 나무가 마주 보며 자라듯 꽃과 꽃이 마주 보고 향기를 전하듯이 가슴과 가슴을 마주하고 다시 일어나 처음처럼 시작하자. 다시 상처 하나 없는 것처럼 처음의 가슴으로 사랑하자. 다시 처음처럼 꿈을 꾸고 사랑하자. 다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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