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감사와 사랑의 달에 부쳐

산청시대 2021-05-13 (목) 10:10 2년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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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청장

5월은 기념할 날도 많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날도 많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이 이어진다. 그래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기보다는 사랑과 정으로 맺어진 ‘사랑의 달’이자, 우리를 아껴주고 보살펴준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달’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이 세계에서 가장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의 앞날을 이끌어 갈 청소년들이 어른을 공경하기는커녕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고 진부하고 답답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예전엔 초·중등생 필독서로 빠지지 않았던 책이 위인전이었다. 위인의 일대기는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믿었다.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류와 국가를 위해 공헌한 사람들의 삶은 우리들의 거울이 되었고, 그런 사람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꿈꾸며 자랐던 것이다. 그런 결과로 조국은 번영을 거듭했고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되었다 해도 가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또 우리 사회가 왜 이토록 몹쓸 병에 걸린 것일까.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뉴스를 보면 간단하게 증명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민의 삶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부동산투기와 성폭행, 탈세와 반칙, 사실 왜곡과 책임회피 등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모습 그 자체이다. 여기에 정치인들마저 막말과 편 가르기 등 입에 담기 불편한 사건들로 국민의 기대를 기만하고 오히려 씻을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데 더 말해 무엇하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막말은 적대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가공동체를 추락시킨다. 증오의 감정을 앞세워서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막말은 합리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오로지 순간적인 감정에만 매몰되어 극단적인 판단을 하게 만든다. 설상가상으로, 요즈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양보와 배려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세상인심은 각박하여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해졌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판을 친다. 이러다 보니, 우리에겐 존경할 만한 위인도, 본받을 만한 인물도 없지 않은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존경과 사숙이 사라진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가엾고 안쓰러울 뿐이다.

산청은 예로부터 예를 숭상함으로써 자손들이 그러한 미덕을 이어 받아온 선비의 고장이다. ‘감사와 사랑의 달’이라고 하는 5월을 맞아 군민이 화합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선비의 고장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모두가 행복하고 잘사는 고장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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