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성냥개비의 추억

산청시대 2021-11-04 (목) 11:26 2년전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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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 객원 편집위원, 전 진주경찰서장

새해를 하루 앞 둔 밤, 한 굶주린 성냥팔이 소녀가 추운 거리를 걷고 있다. 성냥을 팔지 못하면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소녀는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 한 개비를 긋는다. 그러자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온갖 환상이 소녀 앞에 나타난다. 첫번째 성냥은 큰 난로가 되고, 이어서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 그리고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가 나타나는데, 크리스마스의 트리에 달린 불빛은 높은 하늘로 올라가 밝은 별이 되었다. 그 불빛 속에 할머니가 나타나자 소녀는 자신도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소녀는 할머니를 계속 머물러 있게 하기 위해 남은 성냥을 몽땅 써버린다. 그러자 사방은 밝아지고 소녀는 할머니에게 안긴 채 하늘 높이 올라간다. 추운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소녀는 미소를 띤 채 죽어 있었다. 그러나 소녀가 어떤 아름다운 것을 보았는지, 얼마나 축복을 받으며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새해를 맞이하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어가는 한 아이의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동화는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안델센이 빈곤하게 소녀 시절을 보낸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유년시절의 심금을 울리던 기억이 새롭다.

성냥을 기억하는 나이대가 얼마 쯤이나 될까. 종깃불이나 초롱불을 켜던 시절, 뉘엿 뉘엿 해가 저물어지면 들판에서 어른들은 일을 더해야 되고, 집으로 가서 불을 켜서 밝히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성냥을 ㅤㅊㅏㅊ아서 성냥개비로 성냥곽을 그으면 스파크가 일어나고 흰 연기와 함께 불꽃이 피어나면서  화약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집안에 혼자 있을 때 성냥을 가지고 놀다가 불을 내어서 혼이났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청년시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다방 한 구석에서 친구들과 성냥개비 퍼즐게임을 하기도 하고 차곡 차곡 탑을 쌓다가 다방레지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귓속이 가려울때 귀를 파기도 하고식사 후에 이쑤시개를 대신하기도 했다.

최근 '오징어게임'이란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전통 놀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것 같다. 성냥개비를 이용한 놀이 중에 가장 인상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로켓포 놀이다. 성냥개비 두개를 껌을 싸고 있는 은박지로 감싸고 열을 가하면 성냥개비 머리의 화약이 폭발하면서 은박지 속에 압력이 발생하여 성냥개비가 날아 간다. 잘만 만들면 3~4미터 까지 날아 간다고 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만5천km나 되고,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발사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성냥개비로켓을 추억하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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