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봄눈

산청시대 2022-04-14 (목) 11:24 1년전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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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편집위원 /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중중산중(中中山中), 중산리에 눈이 내렸다. 매화꽃, 산수유꽃이 피어서 한창인데, 때아닌 눈, 봄눈이 내린다. 밤새 내려서 만산에 백화(白花)가 만발했다.
시인들은 봄눈을 ‘나무란 나무마다 배꽃이 만발했네’(잠삼岑參: 당나라 시인) ‘허공에서 피고 진다/ 봄날 가장 먼저 지는 꽃’(임재건)이라 했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韓愈)는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백설은 더딘 봄빛이 못마땅했던지, 짐짓 꽃잎인 척 나무 사이로 흩날린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시인들이 봄눈을 꽃에 비유한 것은 너무 흔하고 평이한 표현이 되었다.

또 한편으로 당나라 때 육창(陸暢)은 봄눈을 경설(驚雪 )이라 하면서 ‘天人寧許巧(천인녕허교), 剪水作花飛(전수작화비)’ ‘하늘은 어쩜 저리도 재주가 많아, 물을 잘라 꽃을 만들어 날리네’라 읊었다.
후세 사람들이 경설(驚雪)을 ‘신기한 눈’, ‘깜짝 눈’ 등으로 번역하고 있으나 만족스럽지는 않다.  작가 육창(陸暢)의 의도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봄눈을 경이롭게 보았던 것 같아서 공감한다. 그리고 결구(結句)의 ‘물을 가위질하여 꽃을 만들어’라는 구절이 참 좋다.

그리고 우리나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의 원조쯤 되는 영조의 사부(師父)인 도운(陶雲) 이진망(李眞望)은  술을 좋아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는 잘 마시지 않고, 홀로 마시는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비가 내리면 한 잔 마시고, 꽃을 보면 한잔하곤 하였는데, 술이 가장 간절한 것은 눈이 내리는 때였다고 한다.
‘三杯猶未足(삼배유미족) 行且到盈斗(행차도영두)’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서너 잔을 넘어 한 말을 채웠다는 것이다.

이렇듯 눈은 사람들의 감성을 두드리며 술을 땡기게 하는 모양이다. 눈이 그치기 전에 휘날리는 눈꽃에다 흥취를 실어 날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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