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망운당’ 할머니의 일상

산청시대 2022-05-10 (화) 22:47 1년전 1164

신상조 편집위원 / 전 농협중앙회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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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당’은 할머니가 사는 집이다. 망운(望雲) 당(堂)은 말 그대로 구름을 바라보는 집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요, 망운지정(望雲之情)에서 따온 말이기도 하다. 구름을 바라보는 마음, 즉 자식이 객지에서 고향에 계시는 어버이를 그리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어 놓고 보니 그럴듯하다.
‘망운당’에서 저 멀리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흰 구름이 또 어떨 때는 솜털 구름이 강물처럼 유유하고 고요하게 흐르고, 아주 가끔은 검은 먹구름이 한 마리 용이 요동치는 형상으로 다가가서는 다가오는 지경이라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객지 자식이 고향 계시는 어버이를 그리는 마음

이 집에는 구순의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 주말이나 가끔은 아들들이 이 집을 찾아 할머니와 함께 동고동락하기도 한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두 손을 모으고 천지신명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무슨 기도를 할까? 우선 할머니와 가족, 그리고 이 마을주민들과 이 나라의 국민, 나아가서는 우리 전 인류의 건강과 안녕을 위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아침 7시경에는 한 시간 정도 불공을 드린다. 불공 중에는 백팔 배(拜)도 한다. 절을 108번 하면서 이 세상의 번뇌를 청산하고 새롭게 깨우치자는 의미이리라. 배운 것은 일제 시절 초등 중퇴라는데 하시는 행동은 상당히 지적(知的)이다. 백팔 배를 하면서 하루의 이치를 예감하고 하루의 일상을 구상한다니 말이다.
백팔 배를 하고 나면 건강한 사람도 땀이 나고 허리도 아픈데 구순의 연세이니 건강 상태에 따라 가끔은 빼 먹을 수도 있겠다. 나이가 들면 일상은 늘 왔다 갔다 하니 건강이 좋다가도 안 좋은 경우가 많음이리라.

한 시간 불공, 108배 하며 하루 이치 예감하고 구상

그리고는 간단한 아침밥을 챙겨 드신다. 이때 다른 것은 몰라도 달걀 한 개와 제철 음식으로 쑥떡은 빠짐없이 먹는다. 단백질 보충과 제철의 입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제철에 나는 농산물이 보약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는 일터로 나간다. 일터란 집안의 텃밭이나 집 밖의 과수원을 말한다.
요즘처럼 봄이면 그곳에서 각종 채소도 돌보고 풀도 뽑고 거름도 주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은 두 아들과 함께 땅콩 모종과 고구만 순을 심었다. 땅콩과 고구마 순을 심는 일이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골을 짓고 밑 거름을 넣어야 하고 순을 심고 흙을 덮어야 한다. 거름은 평소에 모아둔 재나 삭힌 풀을 이용한다. 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요즘처럼 가뭄이 계속되면 물도 주어야 한다.
농산물이라는 게 심어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농산물은 부르는 대로 주고 사야 한다는 소신을 할머니는 가지고 산다. 이렇게 하고 나면 오전이 간다.

“농산물은 부르는 대로 주고 사야 한다”

오전이 끝나고 점심때가 되면 밥 먹고, 낮잠을 잔다. 나이가 들면 잠이 많다. 그래서 할머니도 낮잠을 즐긴다. 낮잠은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집중력과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 다만 하루에 20분에서 40분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많이 자면 밤잠에 지장이 있다니 주의해야 할 일이다.
오후에도 오전과 별반 다름없이 일한다. 밤이면 저녁 먹고 조금 쉬다가 밤 8시경이 잔다. 그리고는 12시에 일어나서 TV에 따라 금강경을 외우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도 할머니는 그렇게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니 삶이 불편하거나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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