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줬으면 그만이지>

산청시대 2023-03-01 (수) 01:35 1년전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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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 시인, 시 낭송가, 한국문화예술교육원장)

 

김주완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김주완 작가가 오랫동안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해 오면서 ‘어른 김장하 선생’의 보석 같은 삶을 기록한 책이다. 지인의 권유로 ‘줬으면 그만이지 북 콘서트’에 가서 이 책을 만났다. 필자는 자본주의 계산법에 연연하지 않고 시 낭송 문화를 뿌리내리는 일에 내 삶에 가치를 두고 15여 년을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수도 없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아도 불면의 밤은 이어졌고 몸도 마음도 아팠다. 이처럼 삶의 방향을 잃고 주저앉아 있을 때 이 책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밤새 밑줄을 그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가까운 진주에 이런 어른이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존경심을 넘어 경이로웠다.

 

이 책은 여는 말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202쪽에 앉은 글에 밑줄을 그으며 다시 눈물이 났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었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341쪽에 멈추어서 선생님의 어록을 주문처럼 몇 번이나 소리를 내어 읽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 김장하 어른의 이런 철학이 가없는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바라는가’라는 김장하 선생님이 인용한 말씀이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였다. 열 개를 주었으면 한 개라도 되돌려받으려 은근히 바랐고 애써 무슨 일을 추진하고 나면 칭찬을 듣고 싶어 한 나를 후려쳤다. 나는 줬으면 그만이 아니었고 지금도 무엇을 바라는 나를 돌아보니 깊은 성찰이 일어났다. 작기만 한 내 마음의 평수를 조금은 넓혀야겠다. 

 

미담을 다 나열할 수 없으니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필독하기를 권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능력이 된다면 내가 아는 이들 모두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다. 정말로 국민 필독 도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뭐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묻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감히 김장하 선생님의 선한 영향력을 닮고 싶다. 그 아름다운 어른의 그림자의 그림자라도 밟으며 집착 없이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나는 돈을 많이 가지지 못하였기에 물질적인 기부보다는 내가 가진 최고의 것, 시 낭송을 세상과 나누며 사회에 선순환이 일게 하려고 애써고 있다. 그러다가 딜레마에 빠져 헤매었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용기가 생겼다. 단, 앞으로는 주었으면 조금이라도 바라는 마음을 버리도록 힘껏 노력해야겠다. 은근히 대가를 바라는 그 마음 때문에 무수히 흔들리고 아팠다는 것을 이제야 깨우쳤다. 줬으면 그만이지 무엇을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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