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무소유

산청시대 2023-03-16 (목) 06:28 1년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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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편집위원 / 법학박사

 

불교에서는 탐욕을 삼독(三毒) 중에 으뜸으로 꼽는다. 탐욕은 탐애(貪愛) 또는 탐착(貪着)이라고도 하며,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여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부리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식욕, 색욕, 재욕, 명예욕, 수면욕을 가리켜 오욕(五慾)이라고 하는데, 정도를 넘어 추구할 경우 탐욕이 된다. 

 

이러한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 완전한 마음의 자유에 이르게 되는 상태를 '무소유'라고 하는데,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진주에서 지리산 중산리로 갈려면 단성면 묵상마을 겁외사 앞을 지나서 간다. 

겁외사는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세운 절이고 겁외(劫外)는 문리적으로는 시간의 바깥이라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독립적인 차원으로 보면 안 되고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통합하여 하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대로 하면 '겁외'는 시공을 초월한 차원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있다.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서 탐욕이니 소유니하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겁외사 사랑채에 가면, 맞은 편 벽면에 누더기 가사 한벌이 팔소매를 쩍 벌린채로 남루한 지팡이를 짚고 서서, 마치 불타가 꽃 한 송이를 들어 이제염오(離諸染汚)의 정신을 깨우치듯, 입상진의(立象盡意)로 무소유를 설파(說破)하고 있는 모습이 웬지 안스럽고 힘들어 보인다.

 

'사람이란 물질에 탐닉하면 양심이 흐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종교든지, 물질보다 정신을 높이 여깁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런 왕궁을 버리고 다 헤진 옷에 맨발로 바리때 하나 들고 여기저기 빌어먹으면서 수도하고 교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교화의 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의 삶에서 때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입니다.'

 

성철 스님의 말씀을 죽비로 하고 스님의 지팽이를 회초리로 하여 호사(豪奢)한 마음에 매질을 하면서 절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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