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 타 황금 얻으려는 현대판 놀부들

산청시대 2017-01-18 (수) 10:18 7년전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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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현 / 경호문학회 회장

 

흥부가 박을 심어 부자가 되었다는 옛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안에서 제일가는 알짜 권력이 쓰러지자 놀부의 머리에는 얼핏 박씨가 생각났다. 이 박씨를 잘 거두면 틀림없이 박 덩굴에서 황금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놀부는 가문에서 대대로 가꾸던 볍씨보다 박씨를 소중히 품고 있다가 가장 기름진 땅에 박씨를 심었다. 그해 가을 초가지붕에 보름달 같은 박이 열렸다. 놀부와 그의 아내는 집안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조리 갖다놓고 설겅설겅 톱질을 했다. 첫째 박이 쩍 갈라졌다. 박은 자기 상상을 뛰어넘어 엄청난 금은보화를 안겨주었다.

이 사실을 비밀에 붙였지만, 묻을수록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 소문이 퍼져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장안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될 정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그러자 장안 사람들은 말 못하는 박에 줄을 서기보다 말이 통하는 놀부에게 더 긴 줄을 서게 되었다. 놀부는 박보다 더 갑질을 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권력 1순위로 우뚝 선 것이다.  그래서 놀부 주위에는 왕실에 종사하는 온갖 권력들이 박 덩굴을 자청해 박 덩굴은 온 대궐을 덮게 되었다. 시종장을 비롯해 대신, 내시와 시녀, 전의, 유모, 찬모, 창고지기, 장안 장사치까지 긴 줄을 늘어서게 되었다.

그러니 정사는 발붙일 데가 없어 뒷방으로 쫓겨나고, 사사가 판을 치고 조정을 주무르는 사람은 대궐 주인이 아니라 놀부라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지더니 곪으면 터지기 마련 기어이 수중에서 퍼지던 쑥덕공론이 수면 위로 솟아  올랐다. 이 와중에 눈치 빠른 사람들은 놀부를 지탄하는 파와 놀부를 옹호하려는 파로 나뉘어 국사는 물론 나라 살림이 거들 날 지경에 이르렀다. 동구 밖에 사는 이웃은 잘난 박씨를 심어놓고 나무막대를 꽂아두면 될 텐데 쇠막대를 꽂으려고 하는 것은 이웃을 해치려는 음모라고 생떼를 쓰고, 바다 건너 이웃은 박씨를 심은 자리에 도둑이 들까봐 소녀상까지 세우는 것은 이웃을 도둑 취급하는 권모술수라며 그런 이웃과 이웃하고 싶지 않다는 위협이 탈선궤도를 치닫고 있다.

이제는 네 편 내편 찾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며 각자 자기 길로 돌아가 나도 살고 나라도 살리는 정도를 걸을 때가 되었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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