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문화유적 시리즈(9) 천년 고찰 율곡사를 찾아

산청시대 2018-12-13 (목) 13:21 5년전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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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374호 대웅전

보물 제1316호 괘불탱


율곡사는 651년(신라 진덕여왕5) 원효대사가 지리산 동쪽 지맥(현재 신등면 율현리)에 창건하였고, 통일신라시대인 930년(경순왕4) 감악조사(感岳祖師)가 중창한 뒤 여러 차례 중수하였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 말사다.
율곡사는 산사의 전형적인 ‘사동중정형식’(四棟中庭形式)을 지형에 맞춰 특이하게 변형시킨 아담한 사찰이다. 조선조 초기에는 불교가 상당히 위축되었다가 임진왜란 이후부터 서서히 부흥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불사와 불교미술품이 조성되었다. 율곡사도 이 시기에 대웅전이 중창되고 목조삼존불상과 괘불탱 등이 조성되며 부흥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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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374호 대웅전

신라시대인 651년(진덕여왕5) 원효대사 창건

대웅전의 단청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한옥에 조예가 깊은 와담선생이 용마루 위 막새의 문양이 특이하지 않느냐고 하며 아마 용마루 위이니 용의 얼굴인 용면일 것이라고 한다. 나는 예전 히말라야를 여행할 때 봤던 스투파에 그려진 부처님의 눈인 ‘지혜의 눈’과 닮았다고 했더니 와담선생은 대웅전의 막새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옆문을 열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섰다. 법당 안에서 눈여겨봐야 될 것은 목조삼존불상과 닫집 그리고 불단 단청을 할 때 절대 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어기고 상좌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봐 그림을 그리던 새가 물고 있던 붓을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려 좌우 벽면에 미완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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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삼존불

 

보물 제374호 대웅전, 목조삼존불상 배치

대웅전은 보물 제374호 지정되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에 규모는 작지만 처마부의 공포부 구성이 다포식으로 화려하고 짜임새가 있다. 특히 내부의 ‘닫집’(불단이나 어좌 위에 목조건물의 처마구조물처럼 만든 조형물)이 장엄하여 눈여겨 볼만하다. 2003년 해체 과정 중 종도리 하부에서 ‘康熙十八年巳未月日上樑記’(강희십팔년사미월일상량기)의 묵서명(墨書名)이 발견되어 조선후기 숙종 때인 1679년 대대적인 중수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목조삼존불상은 아미타불상을 본존불로 하여 관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을 협시보살로 모신 삼존불이다. 아미타불은 머리의 육계와 계주의 표현, 기다란 귀, 통견의 법의, 정연하면서도 두툼하게 처리한 옷 주름,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있는 점 등 전형적인 조선후기 불상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협시보살들도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사한 조각기법을 보이고 있어 동일한 조각 장인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행사에 펼쳐진 보물 제1316호 괘불탱

마지막으로 꼭 보고 싶은 것은 보물 제1316호로 지정된 괘불탱인데, 가로475cmX세로827cm로 큰 규모에, 평소에는 말아서 보관하며 아주 중요한 행사에만 펼친다고 하니 아쉽지만 볼 수가 없다. 옛날에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했다고 한다.
괘불탱은 불화로 예불의 대상인 주존불을 보살형으로 화면 가득히 그렸다. 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있으며, 보관의 중앙에는 5구의 화불을 그려 넣었다. 옷은 붉은색과 청색 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지도록 하였으며, 표면에 여러 꽃무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한 옷자락이 길게 드리워져 있으며, 연화좌 위에 서있는 모습이 신성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괘불탱은 아래쪽에 화기(畵記)가 남아 있어, 대웅전 중수가 이루어지고 조금 지난 1684년(숙종10)에 화원(畵員)인 법림(法林), 숙련(淑連), 자명(自明) 등이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정취암 의상대사·율곡사 원효대사 전설 전해

또 ‘主上殿下壽萬歲 王妃殿下壽千秋 世子邸下壽齊年’(주상전하수만세 왕비전하수천추 세자저하수제년)이라고 기록하여 왕과 왕비, 세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을 격식에 맞추어 묵서하였다. 따라서 조상과 중수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불화의 조성기법과 양식 변천 과정을 알려주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대웅전 중건 설화를 비롯하여 정취암 의상대사와 율곡사 원효대사의 전설 등이 전해오고 있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고찰(古刹)이다.

​민영인 /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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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해설사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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