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예찬3] 대원사 계곡
삼장면 유평리에 자리 잡고 있는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였다. 수덕사 견성암, 석남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수차례 화재를 입으면서도 그 때마다 적정한 보수로 그 본모습을 유지해 오던 중 여순사건 토벌작전으로 전소되고 말았는데 1955년 법일 스님이 재건하였다. 대원사 계곡의 본래 이름은 마을 이름을 따서 유평계곡으로 불려 왔는데 사찰의 정갈한 이미지를 살리느라 대원사 계곡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계곡물의 발원지는 천왕봉을 주축으로 하여 중봉, 하봉,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 등인데 중도에 서로 어울리면서 12km 골짜기를 흘러오는 과정에 밭골,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든 물이 외곡마을을 거쳐 유평리에 이르러서는 한 줄기로 합치면서 작은 강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계곡의 자랑은 신비로움을 간직한 깊고 울창한 숲을 비롯하여 물에 씻기고 햇볕에 바란 하얀 돌덩이와 널따란 반석, 여기에 시리도록 맑게 흐르는 명경수가 어우러져 보여주는 경관이다. 흐르는 물길에는 용소 선녀탕과 옥녀탕에서 잠룡을 만나고 세신대, 세심대를 지나면서 속세가 씌운 먼지를 말끔하게 씻고 나면 드디어 신선으로 환생하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단상> 가랑잎국민학교
대원사에서 머지않은 곳에 예쁜 학교가 하나 있었다. 주변도 예쁘고 앉은 자리마저 예쁜데 예쁜 별명까지 가진 학교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옛날의 유평초등(국민)학교인데 학교가 앉은 자리가 대원사 부근이라 들리는 방문객도 많았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대원사 계곡의 중요지점에 있었던 관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학교였다. 이 학교는 1946년에 삼장초등학교 유평분교장으로 개교하여, 1964년에 유평초등학교로 승격하였고 1994년 삼장초등학교에 통폐합되기까지 50년에 가까운 역사 속에서 23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산촌형 소규모 학교이다. 통합된 뒤로 학교의 옛 건물은 2003년 7월1일부터 산청유평학생야영수련원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17년 6월 26일을 기해 70여년에 걸친 교육기관으로서의 생애를 마감하고 대원사 소유로 넘어갔다.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가랑잎국민학교라는 이름은 유평초등학교의 애칭인데 언젠가 학교를 취재차 방문한 한 기자가 학교 뜰에 나 뒹구는 가랑잎을 보면서 가랑잎국민학교라는 이름도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간 것이 계기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이 이름이 정착되어 사회에 퍼지고 급기야는 본명보다 더 알려지게 되어 한 때는 학교문패에 유평국민학교와 가랑잎국민학교라는 두 이름을 나란히 사용한 진기록도 가지고 있다하며, 저 유명한 유흥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가랑잎국민학교를 유평초등학교의 별명에 아호로까지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94년 폐교 무렵에는 학생 다섯인가를 한 교사가 관리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느라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만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폐교수순은 급물살을 타게 되어 결국은 그 생애를 마감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어려운 사정에서도 자가용차로 마을에서 학교까지 매일처럼 두 학생을 통학시켜주던 고마운 어느 학부형 생각도 아련히 떠오른다. 이 글을 쓰는 과정에 대원사에 전화를 해서 그 용도를 물었더니 템플스테이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리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교육의 장으로 쓰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 것은 아직도 이곳에 남은 미련 때문이 아니었던가 싶다. <시조>
대원사 계곡 옥류수 굽이굽이 새 소리 정겨운 길
[필자 소개]
김관기(金瓘起) 전 산청군교육장 * 1938년 진주 정촌 출생 * 경남교육연수원장 역임 *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청산회(靑山會)회원 (1994년 산청군기관단체장 친목회) * 저서 : <자녀에게 꿈을 키워라>(교육신서) <신기루로 뜨는 故鄕>(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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