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예찬 5> 황매산 철쭉

산청시대 2019-02-15 (금) 21:14 5년전 2442  

황매산은 그 본령인 태백산맥이 줄기차게 남행하다가 산청의 차황면과 합천 가회면을 아우르며 마무리를 하는 산으로 높이가 해발 1108m에 이르고 정상 주변의 모습에서 활짝 핀 매화 꽃잎을 연상케 하는 신비감을 풍기고 있어 그 이름을 황매산이라 부른다.

고려시대 무학대사가 수도를 했다는 일화를 지니고 있으며 차황면의 황매봉을 비롯한 기암절벽 모습들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흔히 금강산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에 더하여 수십만 평 너른 자락에 펼쳐지는 봄날의 철쭉꽃 융단과 가을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루면서 상춘객과 사철 등산객을 불러 모으는 참으로 좋은 산이다. 
 
여기에 서식하며 이 고장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철쭉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무리로 자라면서 연홍색 꽃을 피우는데 꽃과 잎의 오묘한 색의 조화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황매산의 철쭉 군락은 수십만 평의 규모나 화려함이 단연 전국에서 으뜸을 자랑하고 있어 꽃이 만개하는 5월에 2주간의 철쭉 축제를 열고 있다. 능선을 넘나들면서 형성되어 있는 철쭉군락지에 펼쳐지는 철쭉꽃 융단이 자아내는 풍광은 장엄의 경지를 누리고 있다.

축제위원회가 주관하는 개막 행사로 철쭉제례를 올리고 탐방로 걷기를 비롯한 산악회 등반과 전국사진 전시회, 그리고 농 특산물 및 향토 음식 장터가 열리고 그 밖에 목공·목재 체험, 산상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축제로 성황을 이루는데 해마다 이곳을 찾아 철쭉꽃을 즐기는 상춘객 수가 자그마치 15만을 넘기고 있다.

황매산은 산세에 특별한 영감 때문인지 오래 전부터 영화,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활용되기도 하여 단적비연수, 주몽, 태왕사신기, 이산 등, 여러 편의 영화를 촬영한 바 있어 이로 인해 유명세를 타기도 한 곳이다.
언제인가 이 곳 철쭉제를 구경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저 멀리 산자락에 줄을 지어 펄럭거리는 오색 깃발이 어린 날 만화로 본 삼국지의 웅장 한 진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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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황매산 철쭉

황매산 봄이 들면 수줍게 오는 손님
반가이 모시리라 깔아놓은 평전에서
천황재 미더운 약속 꽃 잔치를 벌인다

 

<단상>       

    

산청 메뚜기 쌀

식량으로 쓸 쌀을 사러 동네 마트에를 가면 의례 ‘산청 메뚜기쌀’을 찾는다. 포장지에서 산청이라는 표식만 보아도 마치 객지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어김없이 사 먹었다.

쌀 이름에 메뚜기 상표를 붙인 것은 전국에서 산청이 처음이다. 1994년 당시 조진래 군수님이 군정을 맡고 있을 때인데 군내에서 가장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차황면에서 생산한 벼로 쌀을 찧어 농협 공영 상표를 붙여 전국으로 보냈는데 인기가 많아 크게 소득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벼를 수확하는 가을철이면 차황면 실매리(實梅里) 점남(漸南)마을에서 전국 메뚜기 잡기 대회가 열렸는데 서울, 대구, 부산, 할 것 없이 국내 곳곳에 살고 있는 산청 향우들이 대절버스로 고향 행사에 참여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대규모 행사였다.

정자나무 아래에다 가마솥을 걸고 점심으로 먹을 쇠고기 국을 끓이면 구수한 국 내음이 온 골을 덮었고 모여든 회원들은 나누어 준 그물주머니를 들고 논두렁을 타고 다니면서 열심히 메뚜기를 잡느라고 즐거워했는데 한 시간 동안에 잡은 주머니를 들고 줄을 서면 심사위원들이 일일이 확인해서 많이 잡은 회원을 뽑아 고향 쌀, 고향 밤을 상품으로 드리면 쌀자루, 밤 포대를 받아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고향 잔치 분위기는 절정으로 솟았다.
이 행사에서는 군내 우수농업인을 선발해서 ‘쌀 영감’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푸짐한 상금을 주기도 했다.

이 무렵 서울에서 의정활동을 하던 한 국회의원이 명절을 기해 고향에 내려왔다가 산청 메뚜기 쌀 특성화 정책을 추진하던 군수님과 지역 유지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군민 모두가 한시적 반짝 인기를 탐내지 말고 정성을 들여 좋은 쌀을 생산하고 특산품의 브랜드를 정직하게 지켜 나가자던 그 날의 다짐이 산청 메뚜기 쌀을 지켜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 날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정겨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지없이 순박한 성품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산청 사람들이다. 헤어보니, 그 사이 이십 오년 세월이 흘렀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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