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예찬7] 경호강 비경

산청시대 2019-04-16 (화) 23:23 4년전 2349  
산청 땅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흐르는 경호강은 함양 수동을 벗어난 강줄기가 산청으로 진입하는 곳이 생초면 어서리 강정마을로 여기서 부터 생초, 오부, 금서, 산청읍과 신안면을 거쳐 단성 묵곡을 빠져 나가면서 진양호에 유입되기까지의 80리 물길을 말한다.

강변에는 북쪽 출발점인 강정을 시작으로 해서 상촌, 대포, 양촌, 특리, 산청, 내리, 어천, 수산, 강누, 하정, 관정, 묵곡 등, 크고 작은 마을이 줄잡아 열 서넛이요, 중간에는 옛 선비들이 시회(詩會)라도 열었음직한 정자들이 그림처럼 자리를 잡고 섰는데 생초면 어서리의 와룡정(臥龍亭)을 비롯해서 대포리의 숙노정(宿鷺亭), 오의정(五宜亭)과 산청읍 수계정(修稽亭), 경호정(鏡湖亭) 등이 비경 연출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경호강(鏡湖江)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흐름이 주는 느낌은 거울을 연상케 하고 강을 끼고 시원하게 뻗어 간 대진고속도로와 국도3호선이 절경을 함께 하기에 그저 그만이라, 이 모두가‘경호강 비경‘이라는 좋은 이름을 얻어 산청 9경의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연유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경호강의 특징은 넓은 강폭에다 큰 바위가 없어 봄, 가을, 겨울의 조용한 흐름이 강을 따라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편안하게 해 주는가 하면 여름철 빠른 흐름과 굽이치는 소용돌이는 현대 레저 스포츠의 대명사 래프팅 상품을 이 고을에 선물로 안겨줌으로 해서 경호강의 인기를 한껏 끌어 올리고 있는데 경호1교에서 출발해서 홍화원 까지의 15Km 구간을 기본으로 하여 사정에 따라 조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흐르는 물을 따라 길벗이라도 하려는 듯 필봉산을 시작으로 하여 강을 굽어보며 늘어 선 웅석, 둔철, 백마, 월명, 적벽이란 예쁜 이름의 뫼 봉우리들이 잔잔한 수면 위에 그려내는 또 다른 풍광을 길손들에게 선물로 안겨주는 명소, 이것이 물길 팔십 리가 펼쳐 내는 산청의 자랑, 
경호강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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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강정 길 나선 물이 진양호 들기 까지

팔십 리 물길 따라 차려 내는 신비경을

훔치다 취한 나그네 석양 길이 멀구나 

 

[단상]

 

김두희 전 장관과의 소탈한 만남

 

산청을 고향으로 둔 출향인사들의 정기적인 고향 방문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당시 정계의 거목, 고 권익현 의원님은 매년 정월 보름날에 고향집에다 지역의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이명주(耳明酒)를 함께 나누었고 부산 향우회 회장들은 해마다 장학금 전달 행사에 이어진 점심자리로 해서 낯을 익힌 사람들이 많았다.

 

1994년 여름날 휴가차 고향에 내려오신 김두희 전 법무부장관과의 한 시간여의 점심 만남은 잊지 못할 추억담으로 남아있다. 고향을 생초에 두고 서울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정무 관계로 자주 다녀가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던지 그 날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고향의 기관단체장과 지역 인사들이 산청 읍내 한 식당에 모였는데 진주 법조계 대표 서너 사람까지 모두  스무 사람 내외였던가 싶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모처럼 이거나 처음 만나는 자리라서 마주 앉은 군수님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정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주빈으로 자리한 장관님의 서민적 인상과 소탈한 성품이 이러한 염려를 깨끗이 날려버렸고 모처럼 고향을 찾으신 기회에 휴가 분위기 한껏 젖어 보기를 권하는 것으로 분위기는 편하게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고향 주 몇 순배에다 진주에서 온 법조계 후배들의 선물 주 까지 돌리는 바람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구어지고 급기야 장관님에게 옛 고향마을 앞 냇물에서 쏘가리 잡던 추억을 연출해 보기를 권하자 사양 없이 일어나서는 망향가 한 가락을 구성지게 부르는 바람에 친구로 지내던 참석자 두어 사람의 노래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안내를 맡았던 도의원의 제의에 따라 고향마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식사를 서두르고는 참석자 모두가 아쉬움을 남긴 채 그 정겨운 자리를 파했다. 

 

주빈이 자리를 뜨자, 진주에서 왔던 법조계 수장들은 기분 좋게 마무리 된 오늘의 만남에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던 장면들도 기억에 생생하다. 
 

글: 김관기 전 산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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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희 전 산청여고 교장과 문상윤 전 산청경찰서장, 필자(왼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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