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인의 산청 사랑방(1) 매촌 삼거리 명물 ‘카페 길모퉁이’

산청시대 2020-01-30 (목) 08:23 4년전 2285  

3c42e0f5eeb634457479c9fb18fe2ad0_1580339

금서면 매촌(梅村) 삼거리는 산청읍과 금서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지명이다. 금서면 사무소에서 평촌과 특리마을이 갈리는 분기점이다.
지금은 매촌 삼거리가 네거리다. 한방약초축제장에서 뻗어 나온 새 길이 합쳐지면서 네거리가 된 것이다.
면사무소가 있기에 금서면 소재지가 된 매촌 마을은 경호강을 따라 창주마을까지 한방약초 축제장이 들어서고, 평촌 마을까지는 농공단지가 조성되면서 옛 시골의 모습은 사라졌다.
옛날 경호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 나룻배로 강을 건너다녔던 시절 매촌 마을은 배를 매어 두는 곳이라 하여 ‘매배미’라 불렀다. 또 마을 안에 ‘매화낙지’(梅花落地) 명당 터가 있어 매촌(梅村)이라 전한다.

‘매배미’라 불린 매촌, 추억 속에 남아

이전 매촌 삼거리까지에는 식당과 가게를 하는 집이 꽤 많이 있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비포장도로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 타고 통학할 때 가끔씩 들러 군것질하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였다.
이곳에 있던 식당들은 도로가 확장 포장 되면서 일부는 철거되고, 나머지는 면사무소 맞은편으로 옮겨 영업을 계속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문을 닫은 집도 있다.
몇 해 전 새로 이전한 식당에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할 때였다. 한 친구가 옛날 식당과 가게를 운영했던 할머니에게 “오늘 우리 많이 먹고 가겠다”고 했다. 의아해하는 할머니에게 친구는 “옛날 과자를 훔쳐 먹은 적이 있어 오늘 그것까지 갚으려고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할머니도 한바탕 웃으며 그 시절을 되돌렸다.
이렇게 옛 기억은 더 또렷해지는데, 하나 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3c42e0f5eeb634457479c9fb18fe2ad0_1580339

 

인천서 내려온 부부, 음악 카페 차려

일 년 전 쯤 이 삼거리(지금은 네사거리)에 새로운 간판이 하나 생겼다.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업종도 바뀌더니 이번에는 제법 오래간다.
‘카페 길모퉁이’ 상호가 정겹게 다가온다. 인천서 내려온 인상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라이브 음악 카페다.
산울림 노래 ‘생각나면 들러 봐요,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와 썩 잘 어울리는 집이다.

3c42e0f5eeb634457479c9fb18fe2ad0_1580339

주인 오일동 씨와 부인

방황의 시간 보내다 지리산 찾아 정착

오일동(59) 사장은 젊은 시절 제조업을 하며 중국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20년 간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정신은 피폐해졌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의한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음악을 하게 되었으나 이번에는 천식이 찾아왔고, 설상가상 ‘위암’ 진단까지 받았다고 했다.
모든 것이 허무해지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지리산을 찾았다. 그동안 내가 잘 못살아 생긴 병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자 내려놓았던 음악 혼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며 주인과 손님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라는 가사처럼 수많은 옛날이야기가 오고간다.

“동네 정서 존중, 자연스레 스며들어”

“이제 산청은 제2의 고향이라, 동네 정서를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우리 집은 사랑방이라 굳이 차나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노래 한 곡 부르고 가시는 어르신들도 있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들리기도 하며 나는 이제 단골이 되었다. 때로는 잊혀지지 않는 가버린 날들을 잡으러, 특히 비 오는 날에는 분위기가 좋아 괜히 기웃거리게 되는 곳이다.

3c42e0f5eeb634457479c9fb18fe2ad0_1580340
​카페 길모틍이

글·사진/ 민영인 문화부장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정치
자치행정
선비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