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무’(無) 축산 실현하는 산속식육점 ‘토심원’

산청시대 2020-09-19 (토) 13:12 3년전 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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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항생제 ▲성장촉진제 사용 무
▲스트레스 ▲인공수정 ▲인공육추 없애
2013년 송경마을 인근 친환경 농장 조성
현재 흑돼지 100마리·토종닭 250수 사육

산청읍에서 차황면 방면으로 4km를 가면 왼쪽으로 ‘송경’(松景) 마을이 있다. 송경 마을회관을 지나 오른쪽 좁은 농로를 따라 1km를 가면 구인산(587m) 아래 널찍하게 자리 잡은 ‘산속 식육점’이 나온다.
상호명이 식육점이라고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그런 가게를 상상하면 안 된다. 여기는 돼지와 닭을 키우는 농장이다. 진주시 반성면에서 나고 자란 최식림 대표가 2013년 가을 처가인 이곳에 농장 ‘토심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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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서 싸가 사육하고 있는 돼지를 보고 있다.

최식림 대표, 7년여 농장 일궈 아들 대물림

그가 지향하는 농장은 자연 순환 유기농법으로 ‘6무(無) 농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6무’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변형 농산물), ▲항생제, ▲성장촉진제, ▲스트레스, ▲인공수정, ▲인공육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최 대표는 7년여 동안 아내와 단둘이 농장을 가꾸어오면서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수시로 관련 교육을 받고, 국산 자가 사료 사용만을 고집하며 지금껏 실험과 도전을 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미친 짓하고 있다’고 하던 주위 사람들도 그의 열정을 인정하며 조금씩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 ‘토심원’ 농장은 한국농수산대학 중소가축학과에서 양돈을 전공하고, 올해 졸업한 아들 연서(23)씨가 운영하고 있다.
최연서 씨는 “사실 농장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막연하게나마 사육사가 되는 꿈은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아버지가 추구하는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양돈을 전공했고 농장도 책임지기로 했지만, 의견 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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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다니는 새끼 돼지                                                             사육하고 있는 토종닭

발효사료 면역력 증강‥축사 청결에 중점

‘토심원’ 위쪽 축사에는 40여 마리의 큰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으며, 아래 축사는 자연교배로 낳은 새끼 50여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돼지 품종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주둥이, 발끝, 꼬리 끝부분에 흰색이 있는 바크서(Berkshire)와 완전히 검은 털로 덮인 흑돼지다. 이 돼지들은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Oleic Acid)이 많고, 포화지방산이 적어 일반 돼지보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씹히는 식감이 좋다.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 발효사료와 풀을 많이 먹여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있지만 축사의 청결과 방역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지저분한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공간이 좁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만 충분히 제공되면 돼지는 스스로 자는 공간과 먹는 곳, 분뇨장을 가린다.

85kg 출하→첫 번째 도축, 선선육 공급

이렇게 키우다보니 보통 돼지들은 6개월 정도 사육해 115kg 전후로 출하하는데 반해, 여기서는 최소 9개월, 85kg 정도 되어야 출하시킨다.
고기 공급은 완전 주문제로 한 달에 한 번 진주도축장에서 작업하며, 일반적인 ‘새벽 운송→당일 도축’을 벗어나, 산속 식육점은 도축 전날 오후 3시경에 도축장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 첫 번째로 작업한다.
이렇게 하루 밤을 보내면 무게는 줄어들지만, 가장 먼저 도축해 고기가 신선하기 때문에 힘들고 다소 손해가 발생해도 원칙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는 소비자와의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온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고, 정부 인증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가능한 모든 인증을 받고, 판로개척을 위한 홍보로 SNS도 적극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고기를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육가공 작업도 배우고, 장기적으로 어린이 체험학습이나 오프라인 판매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유기축산 힘들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

그러나 구상하고 있는 일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설 개보수를 비롯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청년농업인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진취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청년 농업인이 시골에 정착한다면 우리 농촌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가 않다. 관행 농법을 탈피한 자연 순환 유기농업이 지속된다면 미래 먹거리 산업에 있어 훨씬 더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특히 농촌지역 안고 있는 출산과 교육 문제에 있어 근원적 해결책이 되며 또한 소비경제와 문화 등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으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산속식육점은 친환경, 무항생제로 기르고 있는 토종닭도 250여 마리 길러 유정란 판매도 하고 있다.
현재 돈육은 모둠으로만 판매하고 있으며, 구성은 앞다리 600g, 뒷다리 600g, 삼겹살과 목살 600g 세트로 총 1.8kg에 판매가격은 5만원이다.

◆산속 식육점 : 산청군 산청읍 친환경로 3031번길174-86
                       ☎010-9324-6445, 010-9469-0320

민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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