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마당극 마을’ 전민규 예술 감독

산청시대 2020-10-29 (목) 13:05 3년전 2131  

“사람과의 인연이 큰들을 산청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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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읍 내수리에 조성된 산청 마당극 마을

32년전 큰들 입단‥26년간 큰들 대표 맡아
산청한방약초축제 주제공연으로 산청 인연
지난해 산청읍 내수리에 마당극 마을 조성

극단 큰들 단원 36년 만에 내집 마련 이뤄
6만6천㎡ 부지‥살림집 30채·다목적 공간


‘산청 마당극 마을’은 산청읍 내수마을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25일 완공한 마당극마을은 6만6천㎡규모 부지에 30채 살림집과 연습과 식사를 함께하는 다목적복합공간, 하우스동인 목공작업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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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규 예술감독


‘산청 마당극 마을’의 주민은 극단 큰들의 단원이다. 50여명이 함께 어울려 사는 예술인 마을의 감독은 전민규(55)
예술 감독이라 해서 자못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려나 했는데 마음씨 좋은 동네 빵집 아저씨 같은, 여유와 부드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인상이다.

지리산 천왕봉 시야 들어오는 전망에 감탄
산청 마당극 마을은 첩첩이 겹쳐 있는 산들이 마을 하나를 위하는 듯 시야가 닿는 곳까지 전망을 열어주고 있다. 그 끝에 지리산 천왕봉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곳은 명당이다.
전민규 예술감독은 “풍광도 풍광이지만 사람과의 인연이 우리 큰들을 산청으로 이끌었다. 산청군과의 인연은 지난 2008년 <동의보감>을 집필한 의성 ‘허준’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마당극 작품 ‘의원 허준’을 산청한방약초축제 주제공연으로 선보이면서부터”라고 했다.
“그 때부터 제 꿈이자 우리 큰들 단원들의 꿈인 정착촌을 꾸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당시 군수님이자 현 군수님인 이재근 군수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었다. 중간에 부침이 있어 어려움을 겪을 때 적극 산청을 추천해 주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큰들 마당극마을은 이재근 군수님의 지속적인 멘토링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근 군수님의 지속적 멘토링으로 완성”
극단 큰들은 1984년 진주에서 풍물·탈춤 극단으로 처음 설립됐다. 전민규 예술감독은 4년 뒤인 1988년 큰들에 입단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2년을 큰들과 함께 했다.
26년 전부터는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대표를 맡아 줄곧 경영인의 삶을 살았다. 최근에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 세대인 이규희(39) 대표가 직책을 맡고 있다.
전 감독은 “오랜 시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수십 년 전부터 단원들 모두가 꿈꿔오던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돼 앞으로 더 좋을 일만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큰들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극단 큰들에서부터 마당극 전문예술단체, 큰들문화예술센터 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지금 산청 마당극 마을에서 함께 사는 이들의 모습은 홈페이지에 소개 돼 있는 ‘예술 공동체 큰들’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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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의 오작교 아리랑 공연

“공연연습도, 생활도 함께 하면 어렵지 않아”
마을에는 현재 큰들 단원과 가족 등 5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큰들이 마당극마을에 새둥지를 튼 이후 처음으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경사도 맞았다. 갓난둥이 외에도 4~5살 어린이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들이 한 식구처럼 살고 있다.
전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함께 공연하는 사람들끼리 마음도 잘 맞고 함께 있는 게 너무 재밌고 좋으니 ‘나중에도 다같이 모여 살자’고 막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그것이 꼭 이루고픈 꿈이 되고 그 꿈을 위해 조금씩 실천해 나가다 보니 이렇게 현실이 됐다”며 “극단이라기보다는 공동체의 개념이 더 크기 때문에 ‘가족 같은’ 정서적 유대감이 주는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단원들은 마을 전체가 다 이모, 삼촌이니 육아 부담도 크게 준다”고 말했다.
장점은 이 뿐 아니다. 실제로 단원들이 진주와 사천 등으로 흩어져 지낼 때는 밤샘연습도 자주 있어 다 같이 모여 연습한 번 하는 것도 상당한 품이 들었다. 마당극마을에 입주한 뒤로 교통비와 식비, 집세가 줄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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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공연 연습 장면

“3대가 함께하는 예술인 마을로 성장할 것”
연간 100회 수준의 왕성한 활동을 하던 큰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용 연습실과 15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 사무실과 의상·소품실 등 마당극마을에 있어야할 공간들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 감독은 “예전처럼 따로 살았다면 요즘 같은 때 더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지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우리에게는 18년 이상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시는 후원회원 등 2천명의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곧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큰들이 36년이 됐다지만 이제 겨우 청년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니 생활기반이 안정되고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라며 “우리 큰들은 지금 아이를 키우는 단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손자 손녀와 함께 공연도 하고 생활도 할 수 있는 예술과 삶의 공동체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곽동민, 사진/ 민진우 (산청군청 공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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