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인의 산청골 이야기(1) 우리나라 최초 새마을금고는 생초면 하둔마을 금고

산청시대 2022-01-13 (목) 01:24 2년전 1796  

224896e0454cef992f5a29355198f7a7_1642004
하둔마을 전경

우리나라의 최초의 새마을금고는 1963년 5월 25일에 설립된 산청군 생초면 계남리 하둔마을의 ‘하둔금고’(당시 하둔신용조합)다. 기록에 의하면 마을금고의 설립을 주도했던 인물은 오신영(1940년생)으로 당시 23세였던 그는 마을 발전을 위해 남다른 활동을 하던 청년이었다. 

 

협동조합 지도자 강습받은 청년 오신영 

 

부산 메리놀 수녀회 협동조합교도봉사회의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제3차 협동조합 지도자 강습회를 개최했다. 당시 이 교육을 수료한 오신영은 마을에 돌아와서는 마을의 큰 어른이었던 권태선(1903년생)씨를 찾아가 마을금고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농사일을 마친 저녁에 마을주민들을 모아 마을금고의 필요성과 설립 절차에 대한 교육을 3일간 했다. 마침내 1963년 5월 25일 저녁 마을금고 창립총회를 마을회관에서 개최했다. 하둔마을 55가구 중 35~50여명의 주민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우리나라 마을금고의 효시가 되었다.

 

권태선 마을 어른과 함께 주민 교육

 

이후 제3차 협동조합 지도자 강습회를 수료한 사람들의 주도하에 5월 26일 창녕군 성산면 월곡리, 6월 3일 의령군 의령면 정암리, 6월 9일 의령면 외시리, 6월 12일 남해군 남해면 마산리에서 잇달아 설립되었다. 58년의 역사를 거쳐 2021년 현재 금고 수 1,297개, 자산 232조원, 회원 수 2,129만명의 순수 민족자본의 금융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224896e0454cef992f5a29355198f7a7_1642004
하둔금고 태동지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게 되어 ‘새마을금고’로 이름을 변경하였고, 1973년 마을금고연합회(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창립과 1982년 새마을금고법 제정을 거쳐 본격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이후, 공제사업 실시, 자기앞수표 발행업무 개시, IT센터 건립 등을 통해 사업 범위를 넓혀왔다. 

시중은행의 문턱이 높을 때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을 대표하며 도시에서는 주로 서민들이 밀집한 지역과 시장 주변을 파고들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 마감 시간쯤이면 직원들이 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돈을 받고 장부에 써넣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산청군에 역사관 개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의 역사와 정체성 정립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역사관 건립준비에 나섰으며, 마을금고 태동지가 있는 산청군과 MOU를 체결하고, 2020년 12월 기공식을 가졌다. 1년여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 2021년 11월 18일 개관식을 개최했다.

새마을금고 역사관은 산청읍 지리 590번지 일원 1만2천㎡ 부지에 지상 3층, 전체면적 597.54평 규모로 조성되어 있으며, 3개의 전시관과 회원교육 시설, 갤러리, 체험관 등 다양한 문화·전시시설로 구성됐다. 

 

224896e0454cef992f5a29355198f7a7_1642004
새마을금고 역사관 개관 

 

제1전시관(반세기 시간의 축적)은 최초 새마을금고의 설립부터 중앙회 출범에 이르기까지 새마을금고 태동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제2전시관(도약과 신성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서민금융을 주도해 온 새마을금고의 성장 모습을 담고 있으며, 제3전시관(앞으로 100년)은 지역사회를 넘어 범세계적인 금융포용을 꿈꾸는 새마을금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새마을금고의 비전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체험시설 및 금융경제교육 제공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금융교육의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다. 

 

어르신들만 남은 쓸쓸한 하둔마을

역사관을 나와 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0km가량 이동하면 생초면 소재지가 나온다. 여기서 계남로를 따라 2.3km 더 가면 길가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곳이 바로 하둔마을이다. 도로변에 특별한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 말씀으로 하둔금고가 설립한 당시에는 마을이 제법 컸었는데, 지금은 몇 집 남지 않았다고 한다. 첫눈에 들어오는 마을의 인상은 세월이 비껴간 듯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때는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으로 마을금고를 처음 시작하며 활기가 넘쳤을 하둔마을이 지금은 하나, 둘 떠나고 연세 드신 몇 분 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224896e0454cef992f5a29355198f7a7_1642004

민영인 문화부장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정치
자치행정
선비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