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알프스 산행기(5) 마터호른 얼굴 마주하며 막 내린 알프스 트레킹

산청시대 2022-11-02 (수) 01:00 1년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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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을 바라보며

8월 2일 돌로미테 트레킹 3일차

지난밤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하고 화창한 맑은 날이다. 여행과 행사는 날씨가 반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행운아다. 아침 8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오르티세이 건너편 알페디 시우스 케이블카를 탄다. 옛날 컴퓨터를 켤 때 배경 화면이 여기가 아닐까 싶은 정도로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축구장 8천개 넓이의 초원이란다.

누가 어디를 찍어도 작품 사진이 된다. 바이커들의 천국이다. 케이블카에도 자전거 반 사람 반이 탄다. 평평한 초원 위에 자전거길은 미로같이 얽혀있다. 가족 단위와 단체들이 많다.
멀리 사쏘룽고를 마주 보며 3시간여 트레킹을 마친다. 이것으로 돌로미테의 3일 트레킹 여정을 여기서 접는다. 정말 황홀하고 꿈같은 트레킹이 지났다. 코로나로 고이 접어두었던 소원 하나를 풀었다. 겸사겸사 생각지도 않은 여름휴가도 시원하게 지낸 셈이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기회를 만들어 같이 다시 오고 싶다.

밀라노로 오는 길에 비긴어게인3의 무대였던 베로나 시르미오네 가르다 호수를 들렀다. 이탈리리 최대, 세계 3번째 빙하가 녹아 만든 호수란다. 크다. 유람선이 다닌다. 돌로미테 트레킹의 보너스인지도 모를 일이다. 밀라노 외곽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그동안 밀린 빨래를 위해 코인세탁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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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네가에서

8월 4일 다시 찾은 마터호른

마터호른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02년 겨울이었고 가족들과 함께였다. 두 번째는 한여름 산악부 OB들과 트레킹을 위해 왔다. 산에 살다 내려오니 시내는 온통 찜통이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은 실내 야외 모두 NO 마스크다. 여름이라 옷은 벗고 싶은데 대충 걸치는 듯한 옷차림에 타투가 대세다.

밀라노를 둘러보고 체르마트에 있는 유럽 알프스의 3대 미봉 마터호른을 걸을 참이다. 거의 매일 파스타에다 햄버거 이젠 질린다. 라면 국물과 얼큰한 김치찌개가 땡긴다. 집에 갈 때가 되었나 보다. 스위스 베르겐 국경을 넘어 브리그 산악마을을 지난다. 스위스를 넘어오면 휘발유 가격부터 차이가 난다. 1.9유로 얼마에서 2.1유로 얼마로 바뀐다. 물가가 그만큼 비싸다는 방증이다.
체르마트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사스그룬트에 숙소를 정했다. 아침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 체르마트는 친환경 차 이외는 들어갈 수가 없어 태쉬에 주차하고 고르너그라트 원웨이티켓을 구입한다. 1,600m 고지 체르마트행 쉬엄쉬엄 빨간 열차에서 내려 50m 앞 3,089m 고르너그라트행 엉금엉금 열차를 타고 5개 역을 지난다.
구름을 온몸에 두른 4,478m 마터호른이 장엄한 위용을 드러낸다. 초원의 뿔을 닮은 봉우리라는 뜻이란다.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맞은편 4,634m 몬테로사와 산군들은 체르마트를 호위하고 있다.

오전 11시. 여기서부터 수네가를 거쳐 체르마트까지 5시간을 걸을 작정이다. 마운틴 롯지 ze seewjnu에서 점심과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아직도 마터호른은 완전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레이시 호수에서 완벽한 마터호른의 얼굴을 마주한다. 가슴이 뛴다.

수네가를 거쳐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마을이 빽빽한 숲 사이로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체르마트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중년 노인들이 스틱을 짚고 아래 트레일을 부지런히 걷는다.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가 싶다. 체르마트역 광장에서 춤과 거리공연을 즐기며 유럽 트레킹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불평 없이 멍청한 주인을 잘 따라준 다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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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너그라트 열차                                                           체르마트 시내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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